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든, 그리고 무엇을 하든 인간은 오류를 범할 수 있어요. 1억 달러를 상회하는 부를 축적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가 내게 두 가지를 가르쳐 줬죠. 첫째, 매매의 관점에서 볼 때 전부를 걸지 않는다면 인생은 꼬이지 않을 것이다. 둘째,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안다면 엄청난 자유를 얻은 것이다. 이 가르침이 전하는 진실은 발생할 수익을 계량화 할 수는 없지만 발생 가능한 위험은 계량화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충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예를 하나 들어드리죠. 세계 최대의 커피 트레이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사람이 런던의 자기 집으로 나를 초대했어요. 그 사람의 서재에 들어섰을 때, 나는 권력에 대해 지금까지 쓰인 거의 모든 책을 그가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그는 그때까지 내가 가본 어떤 식당보다 더 고급스러운 식당으로 나를 데려갔죠.
저녁을 먹으며 그는 "래리, 어떻게 커피에 관해 나보다 더 많이 알 수 있나요? 나는 세계 최대의 커피 트레이더예요. 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장관들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죠" 하고 말하더군요. 나는 "맞아요. 나는 커피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죠. 사실 나는 커피를 마시지도 않거든요"하고 말했죠.
그는 "그럼 어떻게 매매를 하죠?" 하고 묻는 거예요. 나는 "리스크만 보면 돼요" 하고 말했죠. 그 화려한 저녁 식사는 몇 시간 지속됐는데, 그동안 그는 나에게 다섯 번이나 어떻게 매매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다섯 번 모두 위험관리를 한다고 그에게 말했죠.
3개월 후 그가 커피 시장에서 1억 달러를 날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사람은 내가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거예요.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이었을까요? 그 사람이 커피에 관해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요는 그가 리스크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Reference
시장의 마법사들. 잭 슈웨거 저. 임기홍 역. 이레미디어
위 이야기는 '시장의 마법사들'의 래리 하이트 편에 나오는 내용으로,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부분 중 하나다. 저자인 잭 슈웨거가 어떻게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수익/ 위험 비율(return/ risk ratio)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묻자 래리 하이트가 한 답변이다. 여기서도 그는 본인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었고, 파산을 피하기 위해 한 번에 전부 베팅하지 않았다는 위험관리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나 내가 주목한 부분은 래리 하이트가 커피 거래로 크게 성공했지만, 오히려 커피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심지어는 마시지도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보고 커피를 거래한 것일까? 그가 말한 리스크란 무엇인가?
숫자이다. 래리 하이트는 숫자를 보고 트레이딩을 한 것이다. 이 숫자에는 과거와 현재의 주가, 추세, 변동성, 리스크 등 모든 것이 반영되어 있다. 다른 이야기는 그에게 필요치 않았다. 나는 어떠한가? 추세를 확신하지 못해 어떤 주식에 대해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호재가 있고 누가 대주주인지 등을 찾아보고 있지는 않았는가? 정작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지는 않았나? AAPL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005930의 최고경영자는 누구인가? 금리가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전쟁이 끝나는 건가?
참 친절하게도 래리 하이트는 그의 책 '부의 원칙'에서 방황하는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그러나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진리가 있다. 즉 글로벌 금융시장을 가장 잘 설명하고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수(Number)'라는 사실이다(수야말로 유일한 사실이다).
시장은 늘 변동하며 냉정한 경제적 이해관계들이 집적된 결과물인데, 그런 이해관계들은 법적인 규제 시스템 내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월스트리트 이야기는 진짜 추세 뒤에 있는 수(확률)를 모호하게 만든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모조리 물리칠 방법을 알고 있다. 시장이 오르는지 내리는지를 알게 해주는 방법인데, 이는 두 가지 통계의 비교로 귀결된다.
...
회사 주식의 연간 신고가야말로 내가 알고 싶은 모든 것(숫자)이다. 나를 부자로 만들어준 매우 지루한 체계적 트레이딩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나는 성공할 수 있었다.
결코 누가 전쟁 영웅인지에 대해 토론해서가 아니다. 설령 답을 안다고 해도 그런 사소한 정보가 시장에서 나한테 단돈 1달러라도 벌게 해 줄까?
- 부의 원칙. 래리 하이트 저. 노태복 역. 한빛비즈
이야기는 매혹적이며 재미있다. 반면 숫자는 무미건조하고 차갑다. 그러나 내가 트레이딩을 하는 이유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도 아니고, 나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트레이딩을 한다. 반복적이고, 지루하고,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지도 않지만, 꾸준히 수익을 내는 트레이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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