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그레이엄은 누군가 어떤 기업의 보통주를 매수했다는 것은 그에게 '이중 지위'가 생기는 것이고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는 투자자의 몫이라고 믿었다. 첫째 지위는 자신이 얻는 실적이 기업의 이익이나 자산 가치 변동에 영향을 받는 소액 주주이다. 그리고 둘째 지위는 주식증서를 보유한 투자자 지위이다. 이 경우 재무상태표상 가치와 무관하게 주식을 수시로 변하는 가격에 언제든 매도할 수 있다. 즉 투자자들은 사업주(business owner)와 주식 투기꾼 가운데 한쪽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
'사업으로서의 주식(stock as business)'는 그레이엄의 가장 유명한 제자, 워런 버핏에게 65년에 걸친 그의 투자 인생에 주춧돌이 되는 아이이어였다. 과거 그는 "투자할 때 주식시장은 결코 핵심 요소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이 오랜 기간 매매되지 않는 것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인 월드 북이나 페크하이머의 주가가 매일 고시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결국 우리의 경제적인 운명은 우리가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경제적 운명에 의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제 생각에 주식시장이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떤 사람이 무언가 바보 같은 짓을 제안하는 것을 보기 위한 장일 뿐이죠."라고 덧붙였다.
재무 분석의 아버지와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투자자, 이 두 사람이 우리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제공하는 주식시세는 성공 투자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시세는 득 보다 실이 많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매일매일 금융 관련 소식을 접하고 주가 시세, 특히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매수 거래량, 매도 거래량까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휴대폰을 들고 다니며 주식시장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이리저리 휩쓸린다.
하지만 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은 투자를 할 때 투자자 대다수가 반드시 떠올리게 되는 바로 그 요소, 주식시장을 거의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잠시 생각해 보자.
만약 주식시장에서 매일 주가가 결정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주식시장이 일 년에 한 번 열린다면?
그리고 투자자들이 그 당일 딱 하루에만 보통주를 사고팔 수 있다면?
나머지 364일 중 접할 수 있는 주식 관련 소식이라고는 분기 재무보고서와 주주 대상 기업 자료가 전부라면?
당신의 투자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러한 상황을 가정한다면, 우리는 재무적 관점에서 새로운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로드 설링의 아이디어를 빌려, 목적상 이를 투자 존(investment zone)이라고 부르도록 하자. 당신이 주식을 사거나 팔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이 바로 이 투자 존에 있다. 이곳에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고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성공적 투자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인들이 이 투자 존으로 넘어올 각오를 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이 세계로 넘어온다면 당신은 여러 동반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곳은 워런 버핏이 1956년부터 살고 있는 바로 그 세계이다.
Reference
워런 버핏 머니 마인드. 로버트 해그스트롬 저. 오은미 역. 흐름출판
'가치투자자라면 주가의 등락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투자를 하면서 너무나도 많이 들어온 격언이다. '시장은 가끔 할인된 기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들르는 곳이다' 말 역시 주가에 휘둘리지 말고 가치평가를 해서 원하는 가격이 왔을 때 매매를 해야 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런데 '주식시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워런 버핏의 말씀은 극치에 다다른 이에게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회장님은 또한 주식시장이 몇 년간 열리지 않아도 마음 편이 보유할 수 있는 기업의 주식만 매수한다고도 하셨는데, 이는 주식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주가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씀처럼 '가격은 내가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내가 얻는 것'이라면, 내가 원하는 가격이 왔을 때 소유하고 싶었던 기업의 주식을 사면 될 일이다. 주가는 그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이다.
평소에 관심 있던 기업의 실적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가치가 변했는지 평가한다. 원하는 가격을 적는다. 그리고 기다린다. 이 가격이 올까 싶겠지만 내 짧은 경험으로도 그 가격이 오는 것을 그동안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시장은 그때 들르면 된다.
자신의 투자 실적을 기업의 이익이나 자산 변동으로 평가하는 사업주 혹은 소액 주주가 될 것인가, 아니면 대중의 기대치와 감정에 따라 오르내리는 주가로 평가받는 투기꾼이 될 것인가?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지금과 같은 폭락장에서의 대처와 배움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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